하루 잘 보내기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하루 하루가 모이고 쌓여 한 주, 한 달, 한 해가 되고
한평생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일생을 살면서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후회하기도 하고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거나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과거와 미래는 허상虛像입니다.
지나간 과거를 되돌려 잡을 수도,
다가올 미래를 앞당겨 잡을 수도 없으니까요.
물론 현재도 순간순간 과거에서 미래로 교차되면서
잡을 수 없는 대상이 연속되는 것이지만
그 순간순간에 찰나刹那로나마 실상實像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지금-여기(Here-and-Now)”가 중요한 것입니다.

영화 “쿵후 팬더”에서 거북 대사부(Master Oogway)가 이런 얘기를 합니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but today is a gift!
That’s why it is called the Presents.”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불가사의지만, 오늘은 선물이다!
그래서 오늘을 선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나가 버린 ‘어제’나, 아직은 알 수 없는 ‘내일’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바로 ‘오늘’, 지금-여기는
내가 어찌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는 유일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순간을 잘 보내는 것이 곧 일평생을 잘 보내는 기초가 됩니다.
웰빙(well-being)[곧 안녕安寧]이 웰에이징(well-aging)을 거쳐 웰다잉(well-dying)으로,
궁극적으로 well-died[곧 호상好喪]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찰나순간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주기가 하루이고,
이 하루는 곧 일평생을 압축하는 축소판이 될 수 있습니다.

해 뜰 무렵 어슴푸레한 여명黎明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합니다.
마치 사춘기를 지나면서 몸도 마음도 여물어 세상 밖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듯이요.

아침식사를 제때 든든히 마치고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마치 청년기에 뜻을 세우고 자립하듯이요.

한창 낮 시간에 열심히 활동을 이어갑니다.
마치 청장년기에 열심히 자기 영역에서 부지런히 일하듯이요.

그리고 해질 무렵이 되면 하던 일을 서서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장년기를 마무리하면서 여전히 활동하고는 있지만 한창때처럼은 아니듯이요.

그리고 한밤중이 되면 그야말로 누워서 쉬면서 다음날을 대비합니다.
마치 노년기에 세상의 주역으로 나서기보다는 한걸음 떨어져서 지켜보고 지원하듯이요.

잘 시작한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이렇게 잘 마무리된 하루는
다시 새로운 하루를 잘 시작하는 바탕이 되어줍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는
서로 물고서 돌고 돌아갑니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면서 이번 생은 시작부터 망했다고 생각한다면
하루를 잘 시작하도록 애써봅니다.
즉 제때 일어나서 제때 아침식사를 합니다.
잘 시작된 하루하루가 쌓이면 일생의 궤도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향후 노년이 걱정된다면,
하루를 잘 마무리하도록 애써봅니다.
즉 저녁식사를 늦지 않게 간소히 하고 제때 누워 쉽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 타령을 하면서 ‘난 아직 젊다, 아직 늦지 않았다’ 라고 믿고 싶은 것은
사실은 나의 늙음이, 미래의 노년이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진짜 “젊은” 이들은 그런 호기豪氣를 부리지 않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이 순간을 그냥 누릴 뿐이지요.

그리고 낮 시간 동안에는
노동이든 운동이든 뭔가 활동을 하면서 지냅니다.

이렇게 잘 다듬어진 하루가
“나”라는 집을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벽돌 한 장이 되고,
이렇게 잘 만들어진 나는
세상을 든든하게 버텨주는 울타리의 한 부분이 됩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가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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